여름 한 낮

입력 : 2020.07.06

최병우-여름 한 낮.jpg

 

여름 한 낮 / 최병우

 

고춧잎은 수양버들처럼 늘어지고

바삐 날던 새도 지쳐 눈을 붙이니

마당에 어미개도 헐떡이다 못해 잠이 든

여름날 한 낮

아침부터 울던 매미 소리마저 끊겼다.

 

길게 드러누운 한적한 길에서는

신기루가 전설처럼 기어오르고

미루나무는 바람 한 점 없는 길가에

온종일 버티고 서서 누굴 기다리는지

 

건너편 참외밭 원두막에는

노란 참외의 달콤한 향기에 취해 잠든

농부의 얼굴에서 지친 여름이

가을로 물들어 가는 중인데

 

한 줄기 바람이 지나며

전해주는 한 겨울 이야기가

달콤한 사랑처럼 가슴에 젖어들면

어느새 마음에는 그 옛날의 눈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린다.

최대식 기자 tok@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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