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이외연(內燃而外延)이라는 아우라(Aura)를 풍기는 작가
“철학은 존재적 가치를 발현하는 깊은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라고도 할 것입니다. 이런 토대가 튼튼하게 자리하지 못하면, 좌충우돌(左衝右突)하거나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뿌리 없는 나무와 같은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생활의 편리를 주도하며, 세상의 주인공인 것처럼 변모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예술적 아우라(Aura)가 사라진다면, 모든 것이 오직 편리와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되는 세계가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편리와 경제적 가치가 사람에게 매력을 준다고 해도, 그것은 표면적인 것이다. 사람에게 더 필요한 것은 영적인 충족이다. 이것은 인간의 창조 본래적 갈망이다. 인간은 지적, 정적, 의지적 영역이 골고루 필요한 존재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로써 얻어지는 가치를 다른 것이 대신할 수는 없다.
컴퓨터와 종이 그리고 잉크가 있다면 어떤 내용과 글씨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사람이 불어넣는 철학적 의미가 배제 된다면, 이것은 단순한 인쇄물일 뿐이다. 한 장의 종이도, 한 자루의 붓도, 방안 가득 번지는 묵향도 모두 내적으로 쌓여진 힘이 없고서야 제대로 된 외적 모습을 갖출 수가 없다.
가운데가 봉긋하고, 한쪽 옆에는 깃털이 꽂힌 둥근 챙이 달린 모자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신사라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 더 붙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매무새에서도 예술적 아우라(Aura)가 풍길 수 있다. 오늘 만나는 작가의 삶과 이미지가 이와 같다. 상황에 따라서 나타나는 표현이야, 그때그때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본질적인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작품에 드러나는 것은 기능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그의 가치체계도 배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박요섭 - 작가의 길로 들어선 동기는 어떤 것인가요?
이상욱 - 해방 후 1년 정도 한문서당을 다녔습니다. 6.25사변 정전 후 육군고급부관학교 인사행정 1기 필경반을 졸업하고 군인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고급부관실에서 근무하다보니 한문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대 후에도 맥을 이어가려고 하다가 보니 서예가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예는 작품에 써넣을 내용을 위한 많은 공부가 전제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글씨를 쓰기 위한 기능적인 것도 잘 익혀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서법을 터득하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함은 물론 새로움의 발견과 창출의 경지에까지 옮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매력에 이끌려 시작한 것이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박요섭 - 작품 활동에 대한 보람과 소회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이상욱 - 작품 활동을 통해서 그것을 인정받는 상을 받을 때 기쁨이 참 큽니다. 그리고 작품을 하기 위해 먹을 갈 때, 느껴지는 평온과 환희가 있습니다. 그 향기가 온 집에 가득하고 내 자신이 그 향기 속에 사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이것은 모든 신경을 자극하고 감흥을 발원하게 합니다. 이때의 감정은 등산을 하여 정상에 섰을 때나,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을 때, 고대하던 기쁨 소식을 들었을 때와 같이 상당한 감격이 밀려듭니다. 이것이 작품에까지 젖어들게 됩니다. 작품 활동에 대한 보람과 기쁨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박요섭 - 작품에 대한 본인만의 스타일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이상욱 - 처음에는 왕희지체를 썼는데 힘이 부족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이런 저런 서체들에도 도전해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추사체가 제일 와 닿았습니다. 추사체는 힘이 넘치고 우직하며 소나무와 같은 기상이 돋보입니다. 추사 선생님의 정신도 닮아보려는 자세로 추사체를 즐겨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한글도 쓰고 예서체와 행초서도 쓰고 있습니다.
박요섭 - 작가 생활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이상욱 -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라는 말이 아닙니까. 작가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소속 단체에서도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 작품을 할 때, 제 작품을 보게 될 분들의 시선에서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제 작품을 다른 사람들이 소중히 여겨주실 때, 무척 감사한 것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요섭 - 소속단체들에 대한 소개와 활동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이상욱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상임감사를 맡고 있습니다. 임원들과 모든 회원들이 협력하고 합심하는 것을 볼 때, 이 협회가 앞으로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우리 협회는 출범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두 번의 공모전과 해외교류전을 통해 큰 보람은 물론, 해당 국가와 단체에 대한민국미술과 관련하여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이런 협회에서 중책을 맡고 있으니, 자부심과 함께 부족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하여 왕성한 활동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싶습니다.
박요섭 - 추천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상욱 - 김남육 선생님과 이광천 후배 두 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두 사람은 협회에서 본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김남육 선생님은 서예선생님이고, 이광천 후배는 현재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배우는 데는 열심인 사람입니다. 나를 좋아 해주고, 내가 추천할 사람이 있다는 것도 사람이 갖게 되는 큰 보람과 기쁨이라고 생각됩니다.
▲ 타임즈코리아에 작품을 기증하는 이상욱 작가
박요섭-삶의 철학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상욱 - 철학은 존재적 가치를 발현하는 깊은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라고도 할 것입니다. 이런 토대가 튼튼하게 자리하지 못하면, 좌충우돌(左衝右突)하거나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뿌리 없는 나무와 같은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忍’(참을 인)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모든 일상생활에서 매사에 깊이 생각하고, 오래 참고 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 자체로서도 깊은 수련이고, 아름다움이며 덕(德)을 발현하는 든든한 기저(基底)를 만든다고 봅니다.
박요섭 - 타임즈코리아 버추얼갤러리 관람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시지요.
이상욱 - 먼저 타임즈코리아 버추얼갤러리를 보시는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타임즈코리아가 우리협회를 많이 협력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독자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희 작가들의 공간인 버추얼 갤러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삶에 여유와 기쁨이 된다면 더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이런 공간을 더욱 많이 알려주시고 사랑해주신다면, 예술의 생활화가 더욱 확산되고 사회적 행복지수도 더 높아지리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