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 공재운
우수라 봄이 오는
숨 가쁜 길목인데
아쉬움 가득 품은 겨울이
늙은 소나무 가지 끝에
아름답게 피었네.
뿌옇게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속에 그리움이
산과 들을 아늑하게 감싸 안았다.
인적 드문 외딴집
벌겋게 타오르는 아궁이에선
온갖 시름 불태워
꺼지지 않을 사랑
아침 해처럼 떠오른다.
이렇게 우수가 지나는
하얀 향기 가득한 길목에서
농부의 마음은 벌써
들녘에서 농사일로 분주하다.